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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간소화 현장반발 급등 “정성평가 무력화” 트위터 페이스북

작성일 : 2018.02.09 분류 :  조회 : 147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부의 학종 간소화 칼날이 '학종 무력화' 논란으로 번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고교 학생부 기재항목에서 교내상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활동내용이 제외되고, 창의적체험활동 주요 기재내용 가운데 하나인 소논문(R&E)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10개로 구성된 학생부 기재항목을 7~8개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교육계의 꾸준한 우려에도 교육부가 공정성을 이유로 간소화 칼날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고교를 비롯한 현장에서는 이미 제한사항이 가득한 학생부에 다시 간소화 칼날을 들이댈 경우, 공정성을 찾기도 전에 ‘과정중심 정성평가’인 학종 도입취지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비판들이 들끓고 있다. 대학 한 관계자는 "최근 교육부 움직임을 보면 정량평가의 폐해를 줄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고교교육을 정상화하자는 목표로 시작된 학종 배경은 아예 실종된 듯하다. 심지어 교과 수능과 30% 나누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주장의 배경은 사교육 유발과 공정성이 잣대로 교과와 수능을 늘리자는 얘기다.

 

결국 가장 사교육 유발효과가 큰 교과와 수능으로 되돌리자는 주장이다. 결국 사교육 유리하도록 만들어간다는 음모론이 현실화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학종의 공정성이라는 말 자체부터 무리가 있다. 수치화를 전제로 한 공정성을 들이대는 순간 정성평가 자체가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간소화한다고 가닥을 줄이면 과연 정성평가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정성평가가 아니라면 학생부 교과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교사들의 열정을 담보로 시작된 학종논의를 공정성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대입논의는 언제나 오랫동안 폐해로 지적된 정량평가로 되돌리자는 얘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교 한 관계자는 " 학종이 교사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학교현장을 바꿔놓았다. 이제 다시 공정성을 무기로 사교육에게 입시의 중심을 넘겨주도록 교육부가 나선다는 게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사교육에 진보세력이 많다더니 결국 사교육 유리하게 정책을 바꾸는 진보정권이라는 얘기가 나올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부 기재내용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선 방안은 2022학년 대입을 치를 올해 중3학년부터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은 이르면 내달 발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수저전형’ ‘깜깜이전형’ 등 학종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개선안은 학교나 부모의 지원에 따라 학생 간 스펙 격차가 나타나거나 불필요한 구분을 두는 학생부 기재항목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교사의 학생부 기재 부담을 덜기 위해 ‘행동특성및종합의견’ 항목을 현행 최대 1000자에서 500자로 줄이고, 창의적체험활동 기재영역의 최대 글자수도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부와 함께 학종에서 제출하는 주요 서류들도 폐지하거나 영향력을 최소화한다. 자기소개서는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교사추천서는 대개 내용이 유사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학종 간소화 칼날이 '학종 무력화' 논란으로 번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고교 학생부 기재항목에서 교내상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활동내용이 제외되고, 창의적체험활동 주요 기재내용 가운데 하나인 소논문(R&E)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가능성게 점쳐진다. 현재 10개로 구성된 학생부 기재항목을 7~8개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내상 수상경력 제외.. “없애는 게 능사 아냐”>


교내 수상경력이 주요 폐지항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교내상은 최근 국회 교문위 소속 김병욱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서울대 수시 합격생이 받은 교내상 수가 최대 12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명문대에 입학할만한 학생들을 위주로 교내상을 수여하는 ‘상 몰아주기’와 1년간 교내상이 한 번도 없는 학교가 있는 반면 한 학교에서 수십 수백건을 수여하는 ‘교내상 남발’이 문제로 지적된다.

교내상 수상경력은 하나도 없는 학교부터 224개나 주는 학교까지 고교별 격차가 문제로 지적된다. 김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국 2271개 고등학교에서 열린 교내대회는 6만8277개로 학교 1곳당 평균 교내대회는 30개 정도였다. 이 가운데 교과와 비교과 교내상이 하나도 없는 학교는 5곳이었으며, 문경의 한 여고에서는 교과 64개, 비교과 160개로 1년에 224개의 상을 수여하는 곳도 있었다.

 

일부 고교에서 교내상 남발, 몰아주기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학생부에서 제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교외상이 더 이상 대입에서 활용도가 없어지면서 학생들이 공교육으로 돌아온 건 사실”이라면서 “이번에 교내상까지 기재를 금지한 것은 납득이 어렵다. 이제까지 교내대회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조금씩 운영노하우가 생기고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인데 없앤다니 허탈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내대회의 횟수를 일정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식으로 운영방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는데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없애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수상경력은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 시절부터 도마에 올랐던 평가항목이다. 교육부는 2011학년부터 학생부에 교외 경시대회나 교외상 수상실적 기재를 금지했다. 올림피아드 등 각 종 교외대회는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의존해 준비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과도한 사교육 유발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교외상을 더 이상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되면서 교내 경시대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교과 비교과 등 다방면에서 교내대회가 열리면서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이끌어내고 성취감을 돋우는 수단이 돼왔다.

문제는 “학종에서 상이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이 유리하다”는 현장에 팽배한 인식이다. 정성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학생들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귀결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교내상이 평가지표로는 활용되지만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개수에 따른 가산점도 없다고 끊임없이 밝혀왔다.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교내상은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된다. 학교마다 상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별 상의 종류와 개수를 전부 비교하며, 개수에 따른 정량평가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년 전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이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 이상 배출한 102개 고교의 교내대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교내대회 입상과 학종 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전국에서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나고(53명 이상)의 경우 1인당 교내대회 개최 수는 102개 학교 가운데 33위를 기록했고, 1인당 입상 수의 경우 72위를 기록했다. 하나고의 뒤를 이은 경기과고(52명 이상) 역시 대회 개최 수 20위, 입상 수 39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교내대회 개최 수 3위, 입상 수 3위를 기록한 대전동신과고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교내상이 평가 지표 중 하나는 될 수 있어도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교내상 수상실적이 두드러지지 않아도 충분히 학종을 통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대학 측의 홍보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질보단 양을 늘리려는 학생들의 행동에는 대학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탓도 있다. 지난해 한양대 입학설명회에서도 수상실적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 적극이었다. 한양대 입학처장은 입학생들의 수상실적 통계를 공개하며 “학종 입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수상실적은 95개, 가장 적은 실적은 5개”라며 “이렇게 수치를 공개하면 학부모들은 수상실적을 95개 이상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는 5개를 받아도 합격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학종은 정성평가’.. 자율동아리, 순기능 무시>


고교 동아리활동은 정규수업시간에 실시하는 창의적체험활동(창체) 동아리와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정규수업 외로 활동하는 자율동아리로 구분된다. 창체동아리와 달리 자율동아리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하고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자기주도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데 유리한 건 사실이다. 여러 언론보도에서 자율동아리에 주목한 이유도 동일한 맥락이다. 동아리는 관련 전공에 대한 관심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같은 동아리 친구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협동심 등 인성영역까지 평가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전공에 대한 관심 등 전공적합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종에선 교과공부 이외의 교내활동내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교내상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학종에 유리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율동아리 활동이 많다고 해서 특별히 합격가능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무분별한 동아리 활동을 부추기는 것은 사교육 업체인 경우가 많다. 고교 교사들은 갯수만 늘리려 '졸속'으로 만든 자율동아리가 많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학종이 얼마나 많이 했는가에 주목하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올해 서울대가 공개한 ‘2018학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에서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동아리 개수보단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주요 평가요소다. 개수는 물론 모집단위 관련 학문 분야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동아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순기능이 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해 열린 대입개선포럼에 참석한 인천의 한 고교 교사는 “과거에는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으면 정신 나간 학생이었고, 동아리를 한답시고 동아리실에 있으면 철이 없는 학생으로 비춰졌다”며 “미래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5지선다형에서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인 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이다. 학종이 학교현장에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 냈는데 학생들의 활동내용을 평가요소에서 제외하는 것이 제대로 된 평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동아리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소 과열양상으로 번지는 점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한 고교 교사는 “교내에서 인기 동아리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좋은 대학에 못 가는 것 아니냐며 우는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교 교육과정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넓지 않은 반면, 동아리는 학생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반영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어떤 동아리에 들어갔느냐, 얼마나 많은 활동을 했느냐보단 동아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떻게 심화하고 확장했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자율동아리의 경우 모든 동아리를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율동아리는 학교 교육계획에 따라 학기 초에 구성할 수 있으며 심사를 통해 승인된 내용만 입력할 수 있다. 학기 중에 구성된 자율동아리 활동은 학생부에 입력할 수 없다.

 

<소논문 R&E.. 의견 분분>


소논문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대학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례가 다수 적발되면서 ‘금수저 항목’이라는 인식이 더욱 뚜렷해졌다. 소논문은 갖은 비판에 시달렸다. 일부 학교에서 고액을 들여가며 소논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논문은 교과과정을 심화학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지만, 이를 오해한 일부 고교에서 소논문이 마치 학종에서 갖춰야 할 필수스펙인 것처럼 인식해 일어난 불상사다.

 

하지만 실제 소논문은 서울대 입학사정관 시절 “소논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한진원) 이사의 발언처럼 학종 평가과정에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 한 입학사정관은 “소논문 논란은 학종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학종이 평가의 중심축으로 삼는 것은 학생부다. 학생부에서 드러나는 학업역량이 최우선이고, 그 외 사항들은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소논문을 썼는지 안 썼는지는 평가과정에서 고려대상조차 아니다. 소논문 관련 이상적인 사례인 과학과목의 성적이 우수하고, 관련 활동도 많은 학생이 자연스럽게 소논문 작성까지 한 경우에도 학업역량을 쌓기 위한 노력의 일환 정도로 인정하는 정도지 소논문을 썼으니 뛰어난 인재라거나 하는 식으로 평가하진 않는다. 고교 수준으로 보기 의심스러운 소논문의 경우 면접에서 철저히 파고들어 진위여부도 따진다”고 증언했다.

학종의 본질을 보더라도 소논문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이 도입된 초기에는 교외 ‘스펙’ 위주의 입시가 진행되면서 소논문이 눈길을 끌만한 요소였지만, 학생부를 중심에 두고 지원자의 교내활동을 주로 평가하는 학종이 고액의 수익자부담과 사교육 등으로 통해 만들어진 R&E에 좋은 평가를 내릴 리는 없기 때문이다.

 

<“간소화보단 내실화 필요”.. 기재요령부터 손봐야>


학종 평가요소를 대폭 축소하려는 교육부의 움직임에 대해 대학 입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우려 섞인 반응이 앞선다. 기존 10개에서 7,8개 기재항목을 줄이는 데 더해 자소서와 추천서까지 없애는 것은 선발권을 가진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학종 무력화까지도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부 기재수준의 간극을 좁히는 데만 집중할 경우 학종이 목표하는 정성평가의 본질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정량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정성평가 학종은 기재항목이 많을수록 학생 잠재력 평가에 도움이 된다”며 “무조건 학생부 기재내용을 축소 폐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적 축소로만 접근하 f게 아니라 입학사정관 수를 늘리고 전문성을 키우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가 시행 주체인 대학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평가의 소재가 많을수록 좋다. 가뜩이나 2014년부터 과도한 글자수 제한이 도입돼 평가 소재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또다시 평가 소재를 줄여나가는 교육부 행보는 학종을 줄이라는 얘기로 비춰질 정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종의 주된 평가요소는 학생부임은 분명하지만, 학생부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 대학이 더 알고 싶은 부분을 자소서와 교사추천서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특 방과후활동, 독서활동 등은 현행 학생부 기재사항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이미 개선을 거치면서 사실상 평가요소의 기능을 대폭 잃은 상태라는 점도 지적된다. 강좌명/이수시간, 제목/저자만을 기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면접이 있는 학종에서는 해당 활동에 대한 추가 질문을 실시해 평가 과정에서 반영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사실상 평가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단순히 활동명, 도서명만으로 정량평가를 실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미 많이 간소화돼있는 상황에서 더 줄인다는 것은 평가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학종에서 학생부 글자 수가 축소될 경우 본래 평가취지와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2년 전 서울대 입학본부가 주최한 ‘샤교육 포럼’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학생부의 지나친 글자 수 제한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 유발요소를 없애고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공교육 파행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포럼에 참가한 서울 대진고 안성환 교사는 “교과학습발달사항(1만자→2000자)과 동아리활동특기사항(2000자→500자)의 글자수 제한이 가장 두드러진다. 초기에 교과학습발달사항이 학습내용을 나열하거나,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이 주를 이루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줄일 정도의 심각함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글자수를 제한할수록 대학과 고교 모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학생부의 개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로서 매우 아쉬운 점”이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 단순화한 학생부 기재요령이 오히려 학생부 기재를 기형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상근 덕원여고 교사는 교내대회에서 수상경력만을 기재하도록 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개선된 학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수상경력의 경우 수상사실은 수상경력에만 기재하도록 한다. 창의적체험활동상황, 세부능력및특기사항, 행동특성및종합의견 등 다른 어떤 항목에도 기재할 수 없도록 했다. 교내대회에 참가했더라도 수상을 하지 못하면 학생부에 나타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개별 학교들은 ‘대회’라는 이름을 빼거나 ‘활동’ 등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방법을 통해 대회라는 사실을 알 수 없도록 변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방법을 택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에 학생부 기재 내용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기재금지 원칙이 오히려 교사별 관점차에 따른 간극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학교 내에서도 동일 활동에 대한 기재유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김 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교사들은 학생부 기재 금지내용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은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얘기하기도 한다. 교육자로서 정부가 정한 원칙을 입시를 위해 편법을 쓸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교사들은 학생이 한 활동이 맞으므로 기재 용어를 바꿔서라도 기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부 기재가 전적으로 교사의 권한인 만큼, 학교 방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정은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방과후학교는 수업명과 시간만 기재할 수 있어 “학교들이 그럴듯한 이름 짓기에 골몰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규제로 인해 교사들은 방과후활동 내용을 어떻게든 다른 항목에 기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활동명/시간/참여인원만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 탓에 다른 활동명으로 학생부에 기재되는 변형으로 이어졌다. 김 교사는 “학생부 기재규정의 맹점은 단순히 ‘이름’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회’라는 명칭만 ‘활동’으로 바꾸어도 기재금지 대상에서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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